석·박사 3명중 1명 비정규직…월급 정규직의 절반 [경향신문 2008-10-09]
ㆍ교과부 산하 과학기술 연구기관도 ‘고용 불안’
대전에 있는 한 정부 출연 연구기관에서 박사 후 연수과정으로 일하고 있는 김모씨(38). 김씨는 지난해 응용물리 분야에서 박사학위를 받은 뒤 이곳에서 2년째 근무하고 있다. 김씨의 신분은 ‘연수과정 노동자’이지만 업무는 정규직 연구원과 똑같다. 근무시간과 근무형태도 동일하다. 그러나 임금은 정규직의 절반에 불과한 200여만원을 받는다. 고용도 불안정하다.
김씨는 “과학자들은 안정적으로 연구에 전념할 수 있도록 보장돼야 하는데 현실은 그렇지 못하다”며 “요즘 젊고 유능한 이공계 전공자들이 의대나 치대·한의대·로스쿨 등으로 진로를 바꾸는 것도 이런 이유 때문”이라고 말했다.
과학기술노동자들이 고용불안에 시달리고 있다. 사회 전반으로 확산된 비정규직 고용형태가 국가 과학기술력의 근간인 연구인력에도 불어닥친 것이다.
국회 교육과학위원회 소속 민주노동당 권영길 의원은 8일 한국과학기술연구원·한국항공우주연구원 등 교과부 산하 13개 연구기관을 상대로 실시한 ‘과학기술계 정부 출연 연구기관 비정규직 현황과 대책’이라는 보고서를 발표했다.
보고서에 따르면 사무직 등을 포함해 13개 연구기관에 종사하는 전체 고용인원은 9890명으로 이 가운데 46.8%인 4633명이 비정규직이다. 이들 중 기간제·파트타임·연수생 등의 연구인력은 3433명으로 비정규직 노동자의 74%를 차지하고 있다. 이는 전체 고용인원의 35.1%에 이른다. 비정규직 가운데 박사과정을 마친 연수생도 388명이다.
정부 출연 연구기관의 비정규직 고용은 매년 늘고 있다. 13개 기관의 올해 연구·보조인력 기간제 노동자(비정규직)는 3714명으로 지난해 3523명, 2006년 3371명에 이어 증가세가 계속되고 있다. 특히 박사 후 연수과정 노동자는 최근 2년 동안 50.4%가 늘었다
비정규직 과학기술노동자의 처우는 열악하다. 기간제 연구인력의 월 평균 급여는 227만6000원으로 정규직의 50% 수준이다. 대부분 1년 단위 고용계약이고 고용기간은 통상 2년이다.
과학기술인력의 불안한 고용환경은 이공계 기피 현상으로 이어지고 있는 것으로 나타났다. 최근 한나라당 서상기 의원이 발표한 자료에 따르면 국내 치·의학대학원 재학생 1509명 중 공대 출신이 554명으로 35%를 차지했다.
내년 신입생을 뽑는 법학전문대학원(로스쿨) 법학적성시험 응시자도 공학계열이 1450명(15%)으로 법학계열에 이어 많았다. 서울대의 최근 3년간 자퇴생은 자연계열 197명, 공학계열 146명으로 총 476명 중 72%를 이공계열 학생인 것으로 나타났다.
전국 공공연구노동조합 이광오 정책실장은 “정부 출연 연구기관이나 대학에 종사하는 이공계 석·박사들의 고용여건이 개선되지 않으면 세계적으로도 유례가 없는 ‘이공계 기피현상’은 해소되지 않을 것”이라고 말했다.
<정제혁기자>







